격리군인 부실도시락 논란

출처 서울신문

군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700명을 넘겼다는 시기에 마침 휴가를 마치고 귀대한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억장이 무너질 사진이 여럿 공개됐습니다.

 

지난 2월부터 장병 휴가가 정상화되면서 휴가를 다녀온 병사들은 기침이나 발열 등 증상이 없어도 PCR 진단 검사를 받고 14일 동안 예방적 차원에서 격리되는데, 그 기간에 형편없는 도시락이 제공된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입니다.

 

지난 18일 페이스북의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지에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고 밝힌 A씨가 격리 기간에 받은 도시락 사진을 올리면서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적었습니다.

 

흰 쌀밥에 김치, 양파와 오이 절임, 닭볶음 등 반찬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닭고기는 두 점. 한 칸은 덩그러니 비어 있었습니다. 다른 도시락 사진은 터무니없이 적은 양의 쌀밥과 옥수수와 게살 샐러드, 김치 등뿐입니다.

출처 한국일보

세 번째 도시락은 밥과 국, 고기볶음, 깍두기와 소시지 세 쪽씩, 포장용 구이김이 다였습니다.

 

그는 “핸드폰 반납하고 TV도 없는데 밥까지 이런 식이니 감방(교도소)이랑 뭐가 다르죠. 휴가 다녀온 게 죄인가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에는 그런대로 먹을 만한 도시락이 나온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A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5일 국방부는 격리 장병의 도시락 용기 소재를 플라스틱에서 천연 펄프로 바꿔 오염도 줄인다고 자랑했는데 정작 내용물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12사단 소속이라고 밝힌 이는 병사 120여명이 먹어야 하는데 햄버거 빵이 60개만 지급돼 취사병들이 하나씩 뜯어 반으로 갈라 120개로 만들었다고도 폭로했습니다.

지난 1월 기준 장병 한 명의 하루 급식비는 지난해 8493원에서 3.5% 오른 8790원이다. 한 끼에 2930원꼴입니다. 편의점 두어 곳을 들렀더니 3800원이면 고기 반찬 등 제법 구색을 갖춘 도시락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단체급식이면 가격을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해 군인 급식에만 1조 6000억원이 들어간다는데 금쪽같은 내 자녀가 이렇게 부실한 도시락으로 2주를 견딘다면 엄마아빠들의 가슴이 타들어 갈 것 같습니다.

 

육군은 어제 입장문을 내 “51사단의 경우 격리인원 급식과 관련해 더욱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고 12사단은 부식 청구 및 수불체계를 정밀 점검해 개선하겠다. 장병 가족 및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리 훈련에서 열외라 해도 나라를 지키는 사병들입니다. 군의 자존심이 국격입니다. 국방부는 해당 부대의 문제점은 없는지 소상히 살핀 뒤 혹여나 비리 때문에 이런 형편없는 급식이 제공된 것은 아닌지 밝히고, 부모들에게 충실히 설명해야 합니다.